[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 21]

[논객칼럼=김대복] 녹차와 익모초 그리고 정향! 3천 명의 애인을 둔 측천무후와 연관된 3가지 약재다. 사기(史記)에 의하면 중국의 여걸 측천무후는 남첩을 3천 명 거느렸다. 그녀는 당나라 임금인 아들 예종을 폐하고 스스로 황제가 된 여인이다. 그녀는 690년에 주(周)나라를 세우고 15년 동안 통치했다. 당나라 고종의 황후시절 29년과 황태후 6년을 계산하면 중원을 50년 동안 지배한 여인이다. 절대 권력을 쥔 그녀는 남성과 미용, 위생에 관심이 많았다. 

81세까지 장수한 그녀는 노년에도 성(性)을 즐겼다. 67세에 임금이 된 그녀는 스무 살 안팎의 청년들을 상대로 쾌락을 일삼았다. 총애하는 기준은 엄격했다. 미남에다 체격이 좋고, 두뇌가 명석해야 했다. 침대 기술도 빼어나야 했다. 또 위생에 철저해 구취가 없어야 했다. 

그녀가 청년과 운우를 즐긴 데는 익모초가 한몫했다. 신당서(新唐書)에는 ‘나이가 많았을 때도 아름답게 화장하기를 좋아해 늙음을 알 수 없다’고 기록돼 있다. 어의들은 그녀가 고운 피부를 유지하도록 얼굴에 바르는 약인 익모초택면방(益母草澤面方)을 처방했다. 당나라 서적 신수본초(新修本草)에 수록된 익모초 미용은 얼굴의 반점과 주름살을 없애고,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당대인들은 혈색도 되돌아와 중년 여인도 소녀처럼 젊어 보이는 효과를 기대했다.   

그런데 측천무후가 잠자리를 하지 않은 남성이 있다. 시인인 송지문이다. 측천무후는 빼어난 미남에 글 잘 쓰고, 말을 세련되게 하는 송지문에게 관심을 보였다. 상황 판단이 빠른 송지문은 출세를 위해 측천무후의 요강을 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간절한 연서도 보냈다. 그러나 그녀의 침실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이유는 입냄새 때문이었다. 측천무후는 북문학사(北門學士)로 임명을 희망하는 청을 거절하며 말했다. “송지문에게서는 입냄새가 난다.” 

충격을 받은 송지문은 이날부터 측천무후를 볼 때 입에 정향나무를 물었다. 이 나무는 입 안과 혀가 허는 구설생창(口舌生瘡), 입냄새인 구취(口臭), 날이 갈수록 이가 흔들리는 풍랭치통(風冷齒痛) 치료제 약재로 쓰인다. 

Ⓒ픽사베이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가 없고, 지나치게 사용하면 정력도 다한다. 많은 나이에 혈기왕성한 청년들과 쾌락을 즐긴 측천무후는 병석에 눕는다. 어의는 이 약 저 약을 다 썼으나 진액이 마른 그녀의 목숨은 경각에 달리는 상황이 됐다. 이 때 진상품인 신양모첨(信陽毛尖)을 마신 그녀가 거짓말처럼 기력을 회복한다. 신양모첩은 허난성 신양(信陽)에서 생산된 녹차다. 

측천무후는 수많은 남성과 잠자리를 했다. 많은 파트너를 만난 그녀는 입냄새에 민감했다. 그녀와 관계된 약재 3가지는 구취 제거에도 도움 되는 성분이다. 

먼저, 피부 미용 처방약인 익모초택면방은 팩으로 얼굴을 마사지 한다. 이때 포함되는 약재는 기혈을 잘 통하게 하고 오장육부의 장부를 강화하는 신이, 백부자, 백지, 황기, 세신, 위유, 천궁 등이 포함된다. 이 약재들은 알레르기 완화, 항균 또는 기혈소통, 장부 기능 강화 등으로 입냄새 치료에도 적용된다. 

다음, 죽음의 문턱에서 측천무후를 구한 녹차도 입냄새 제거에 유용하다. 녹차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 카테킨 성분은 잇몸이나 치아 사이에 서식하는 세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마지막으로 정향이다. 송지문이 입에 물고 구취를 제거한 정향은 계설향으로도 불린다. 향기로운 꽃봉오리가 약재로 쓰이는 데 살균작용과 함께 속을 따듯하게 해주고, 기운을 아래로 내리게 한다. 이에 구토나 설사, 배앓이를 막고 입냄새도 완화시켜 준다. 

그러나 현대의 구취 치료 시각으로 보면 측천무후의 입냄새 위생은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일시적으로 냄새 제거 정도에 불과하다. 요즘에는 입냄새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의사들이 있다. 20년 이상 한 분야만 매진한 의사들은 구취를 재발없는 근본적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 

완전 치료 원리는 구취를 원인별로 접근해 증상과 체질에 맞게 처방하는 것이다. 한약, 침, 뜸, 섭생 등 다양한 치료법이 병행되는 가운데 탕약만으로도 높은 치료율을 보이기도 한다. 입냄새 치료 후 만족도를 연구한 필자의 논문인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에 의하면 목이물감과 후비를 동반한 구취 환자들에 대해 침 치료나 기타 보조 치료없이 한약의 단일 치료로도 95%의 높은 완치율을 보였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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