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 19]

[논객칼럼=김대복] “유자 서른 개를 영의정에게 보냈다.”

이순신 장군이 전쟁 중에 쓴 난중일기의 한 부분이다. 이순신은 1595년 9월 17일 한산도 군영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임금에게 편지를 썼다. 이순신은 장계와 함께 통영의 명품인 전복껍질로 만든 나전칠기 등 진상품을 군관 김희번을 통해 조정에 올렸다. 이 때 이순신은 유자 30개를 영의정 류성룡에게 따로 보낸다. 이순신이 후원자인 류성룡을 별도로 챙긴 것이다. 

이순신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2개월 전인 1592년 3월 5일 류성룡으로부터 편지 한 통과 증손전수방략(增損戰守方略)이라는 책을 받는다. 수륙전과 화공이 세세하게 설명된 책으로 전쟁 때 활용한다. 이순신은 군사 전략가이기도 한 영의정 류성룡의 안위가 나라의 명운과 연계된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를 위해 따로 선물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왜 선물이 유자일까. 이는 지역적 특성, 전쟁과 위생 여건, 특수 업무 수행으로 풀이할 수 있다. 

먼저, 지역적 특성이다. 진상품인 유자는 제주와 남해안에서 자생한다. 삼도수군통제사인 이순신이 관할하는 남해안과 제주 지역은 유자의 산지다. 이순신은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전복 해삼 등의 각종 어패류와 함께 유자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유자는 달콤한 향과 감기 예방 효과 등으로 왕실에서 인기가 높았다. 왕은 유자를 궁궐의 의례에 쓰고, 대비 등 윗전에 올리고, 관료들에게 선물했다. 이처럼 귀한 유자는 정성의 상징이었다. 이순신이 류성룡에게 유자를 보낸 것은 마음을 다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픽사베이

다음,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이다. 전시 체제에서는 모든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삶과 죽음이 구분되지 않는 상황이다. 먹거리도 충분치 않다. 많은 사람의 신체 건강, 특히 간과 장의 기능이 떨어질 개연성이 높다. 전쟁 때는 각종 전염병이 발생하고, 개인 위생 여건이 최악으로 떨어진다. 이 같은 악화된 상황은 입 냄새로 쉽게 표출된다. 

마지막으로 특수 업무다. 영의정 류성룡은 전쟁을 총지휘하는 입장이다. 극도의 스트레스는 입을 마르게 한다. 그는 이 상황에서 임금과 매일 소통하고, 조정 신료들과 대화하고, 장수들을 독려하고, 명나라 사신단 또는 장수들도 위무해야 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서 말을 했다. 입에서는 늘 단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긴장과 스트레스, 소화불량은 침샘 기능을 저하시키고, 타액 분비 저하는 구강건조로 이어진다. 입마름은 단내와 입냄새를 풍기게 된다. 

이순신이 유성룡에게 보낸 선물을 단지 귀하고 값진 것으로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구취 위생 관점에서는 유자는 입냄새 치료약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약귤인 유자의 효능 중 하나로 술꾼의 입냄새 제거를 들었다. 유자는 위장의 삿된 기운을 없애고 술독을 풀어준다. 자연스럽게 주당의 구취를 사라지게 한다. 입 냄새 제거 방법은 유자알갱이나 껍질을 입에 물고 있거나 껍질을 달여 차로 마시는 것이다. 유자는 뇌혈관 장애 등에도 좋다. 본초강목에서는 정신을 맑게 하고, 숙면을 취하게 하고, 중풍을 예방하는 효과를 들었다. 유자에 함유된 비타민C, 염증완화 성분인 리모넨 등이 면역력 강화, 피로회복, 감기예방에 좋은 결과를 보인다. 전반적으로 저하된 몸의 면역기능을 높인다. 따라서 전쟁중에 쇠락한 기운을 보강하는 좋은 식품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구취에 좋다. 유자에는 소화기능을 활성화하는 구연산이 풍부하다. 구연산은 소화 장애, 소화불량 해소에 도움이 된다. 구취는 내장질환에 의한 경우도 있다. 오랜 기간 소화불량이 계속되는 구취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구취도 유발한다. 당뇨, 간 기능 이상도 입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순신이 류성룡에게 유자를 보낸 숨은 뜻 중의 하나는 입 냄새 제거일 수 있다. 

요즘에도 유자는 입냄새 완화 용도로 쓰인다. 생리적 구취에 좋다. 그러나 질환에 의한 구취는 유자로는 치료되지 않는다.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는 구취는 1개월에서 3개월 정도 치료된다. 관건은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바른 처방을 하는 것이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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