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냄새 100문 100답] (17)송강 정철의 실음과 매핵기성 구취 - 김대복 한의학박사의 구취 의학
강병원 기자 kbw@hankooki.com
구취는 성인의 50% 가량에서 난다. 심한 입냄새는 사회생활의 적이다. 성격이 소극적으로 변하고,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 또 건강에도 위협적이다. 김대복 한의학박사(혜은당클린한의원장)가 입냄새 궁금증 100가지를 풀이한다. <편집자 주>
한의학박사 김대복 원장
<사례>
25세 남성입니다. 한의학을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송강 정철의 시에 실음(失音)이 있습니다. 시에 나타난 증세로 볼 때 송강 선생의 병명을 매핵기로 보아도 되나요, 아니면 다른 질환으로 생각해야 하나요.
<김대복 한의학박사 의견>
먼저, 의견을 말씀 드립니다. 시에 나타난 송강 정철 선생의 증상은 매핵기를 의심하게 합니다. 또 쉰목소리를 일으키는 폐와 신의 기능저하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에 나타난 표면적인 내용만으로 정확한 진단은 무리지만 계속된 스트레스로 인해 목의 질환이 유발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송강 정철(1536~1593)은 조선 중기의 정치가이자 시인입니다. 사미인곡, 속미인곡, 성산별곡, 관동별곡 등 4편의 가사와 시조 107수를 남겼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임금을 사모하고 백성을 살피는 정치가의 이미지와 함께 자연 및 인정을 노래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 문학사에 우뚝 선 그는 불행하게도 당쟁이 격화되던 시기에 살았습니다. 정철은 정치적으로는 타협 보다는 대립을 선택한 강경파였습니다. 그는 10세, 12세 때 거푸 아버지가 귀양가자 유배지에서 생활했고, 큰형이 장형(杖刑)을 받고 유배도중 요절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는 귀양에서 풀린 아버지와 전남 담양에서 10년 동안 은거합니다. 훗날 여러 벼슬을 거치다가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 다시 낙향하고, 다시 우의정으로 발탁돼 동인을 가혹하게 다루었습니다.
서인의 영수인 그는 선조에게 광해군의 왕세자 책봉을 건의했다가 위리안치 유배의 중형을 받습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 귀양지에서 풀려난 그는 왜적이 점령당한 경기,·충청,·전라도 체찰사로서 동분서주합니다. 임진왜란 직전과 직후는 그에게 무척 힘들었던 시절입니다. 이 무렵에 쓴 시가 실음(失音)입니다.
천공염아다언부(天公厭我多言否) 말 많은 나의 버릇을 하늘이 싫어하는지후협전풍향협시(喉挾纏風響挾嘶) 목에 풍이 끼어 소리가 칼칼하네.태사한선명잠헐(殆似寒蟬鳴暫歇) 가을 매미 울음 잠시 쉬는 듯하고환여병작설초치(還如病鵲舌初癡) 병든 까치 혀도 멈춘 듯하네.
시비정회노노습(是非正悔??習) 시시비비 따지던 버릇 후회되니 개합방암곤곤기(開闔方?袞袞機) 나아가고 물러섬이 하늘의 흐름임을 알겠네.호마호우도불응(呼馬呼牛都不應) 말을 불러도, 소를 불러도 허공의 메아리니와간신월하산시(臥看新月下山時) 초승달이 질 때까지 누워서 하늘만 보네.
정철은 시에서 목의 이물감으로 인한 칼칼한 쇳소리와 말하기도 힘든 목 상태를 묘사했습니다. 말이 많았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말없는 달에게서 삶의 자세를 찾고 있습니다. 목의 병을 통해 당쟁과 시시비비에 휘둘린 삶을 반추하며, 무욕(無慾)과 무언(無言)을 다짐합니다.
정철의 증세는 목에 풍(風)이 든 것입니다. 이는 목에 매실의 열매가 막혀있는 듯한 매핵기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목에 있는 듯한 열매는 가상의 존재입니다. 실제로는 이물질이 없기에 뱉어지지 않지만 헛기침 등의 불편함은 계속됩니다.
현대의학으로는 신경질, 히스테리와 유사합니다. 한의학에서도 칠정(喜,·怒,·憂,·思,·悲,·恐,·驚)의 영향에 신체가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봅니다. 바로 매핵질애어후지간 객불출연불하(梅核窒碍於喉之間喀不出嚥不下)라는 표현입니다. 고금의감에서는 매핵기에 대해 ‘기쁨이나 화가 지나쳐 쌓인 열로 인해 담이 완고하게 몰리고 뭉쳐서 생긴다’며 처방으로 가미사칠탕과 가미이진탕을 제시했습니다.
또 목소리 문제는 신장과 폐의 기능저하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정철이 실음(失音)의 시를 쓸 때는 56세 무렵입니다. 그는 시를 쓴 뒤 2년 후에 숨집니다. 시를 쓸 무렵은 신체 기능이 많이 떨어졌을 시기입니다. 특히 콩팥인 신장과 허파인 폐의 기능이 저하됐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신(腎)을 목소리의 근원, 폐(肺)를 음성의 문으로 보았습니다. 신장과 폐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쉰목소리, 가래, 음성불안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철의 실음은 노화로 인한 현상으로도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신체기능 저하로 목소리 이상이 있을 경우의 민간요법은 맥문동차를 계란 반숙과 함께 마시는 것입니다. 진액을 보충하고 열을 내리려는 목적입니다. 본초강목에서도 ‘계란을 많이 먹으면 목소리가 좋아진다. 두 번 끓인 물에 삶아서 함께 먹는다(鷄子 多食令人有聲以水煮兩沸合水服之)고 했습니다.
원인이 매핵기든, 신장이든, 폐이든 목의 이물감이 계속되면 입냄새 개연성이 있습니다. 목이나 내과적 질병은 짧은 기간에는 거의 구취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장기간 계속되면 연관 장부에도 영향을 줘 입냄새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김대복 혜은당클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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