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이 찾아왔다. 40대 후반인 그녀는 건망증을 걱정했다. 깜박깜박 증세로 인한 불안증을 호소했다. 손에 든 핸드폰이나 마스크를 찾는 것은 다반사이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의 이름도 깜박거리는 경우가 흔하다고 했다. 아이 식사 챙겨주는 것도 가끔 생각나지 않는다는 그녀는 외출을 두려워했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가스레인지의 가스를 끄지 않았다는 착각, 냉장고 문을 열고 닫지 않았다는 불안감 등을 호소했다. 외출 전에는 몇 번씩 집안 곳곳을 살피는 게 습관이 된 그녀는 걱정을 달고 사는 탓인지 소화불량도 심하다고 했다.
사진=픽사베이
가벼운 기억력 감퇴나 건망증은 크게 걱정할 사안은 아니다. 노화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중년 이후에는 가끔 깜박깜박하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
젊은이도 피로 누적이나 전자기기의 지나친 사용, 심한 스트레스로 기억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될 수 있다.
전자기기 과다사용이 많은 일부 청장년도 기억력 감퇴 유발 가능성을 걱정 한다. 그러나 건강하고 젊은 사람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거나 긴장에서 벗어나면 이상 증세가 사라진다.
문제는 입냄새다. 지나친 불안감이나 강박장애는 구취를 유발할 수 있다. 강박장애는 원하지 않는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는 불안장애다. 특정행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이 가중되는 특징이 있다. 외출 시 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불안, 전등을 끄지 않고 나왔다는 불안, 부재 중 누가 올 것이라는 불안, 손이 세균에 오염 되었다는 불안 등 비합리적 두려움에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이 같은 강박장애는 소화불량을 일으키고, 입 마름과 입 냄새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
불안을 인지한 대뇌는 중추신경계를 자극하고, 내장 신경축의 과잉 활성을 부른다. 이로 인해 위장관이 무기력해지면 체증, 과민성대장증후군, 설사, 변비, 위염 등이 발생한다. 만성이 되면 호흡 때 악취가 풍길 수도 있다. 강박장애에 의한 소화불량은 신경성이다. 정신작용이 몸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같은 불안장애는 재발이 잦고, 만성화되면서 우울증 동반도 많다.
한의학에서는 불안증과 연계해 간기울결(肝氣鬱結)성 소화불량을 주목한다. 간담의 기운이 막히면 가슴 답답, 두통, 어지러움, 소화불량 등이 나타난다. 장부의 균형이 무너져 비위의 기능이 떨어진 탓이다. 또 화병이나 스트레스 누적과도 연관 있다. 불안과 걱정이 열로 전화돼 가슴과 두뇌까지 퍼진 것이다. 위나 폐에 열이 발생하면 침의 분비가 줄어 입마름이 발생한다. 구강이 건조하면 세균증식 여건이 좋아지고, 침의 항균 작용과 윤할 작용도 떨어져 구취를 일으킨다.
치료법으로는 약물, 침, 뜸 치료, 명상요법을 생각할 수 있다. 약물은 약해진 심신을 강화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소요산, 귀비탕, 분심기음, 시호가용골모려탕, 온담탕, 계지가용골모려탕 등이 처방된다.
사진=픽사베이
침으로는 오수혈의 경략을 자극해 자율신경 기능을 바르게 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균형 유지로 심신의 안정되게 한다. 불안이 사라지면 소화기능이 정상으로 된다. 자연스럽게 입 냄새도 해소된다. 또 탕약 처방은 불안 공포 완화는 물론 구취 치료 효과도 있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