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닷컴= 칼럼니스트 김대복]
인기 여배우 이영애는 90년대에 ‘산소 같은 여자’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세를 탔다. 그녀의 순백 같은 아름다움이 산소에 견주어진 것이다. 맑고 깨끗한 느낌의 산소는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인 기체다. 공기 중에 20% 정도인 산소는 색깔도, 맛도 없는 무색무취 기체다. 사람은 산소 호흡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입냄새도 산소와 관계있다. 특히 생리적 구취는 산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생리적 현상의 대표격인 아침 구취는 수면 중에 산소 공급이 적게 된 탓이다. 입을 다물고 잠을 자는 동안에는 침 생성이 줄어든다. 이때 산소가 없거나 적은 상태를 좋아하는 세균이 입안에 증식한다. 이로 인해 잇몸과 치아, 혀 등에 좋지 않은 냄새가 풍길 수 있다.
미시간대와 하버드대의 공동 연구진의 2003년 보고에 따르면 입냄새가 심한 사람의 혀에서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많은 종류의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혀의 안쪽, 목, 편도 등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는 대부분 산소에 취약한 혐기성이다. 혀의 깊은 후면이나 목의 안쪽 등은 양치질로도 잘 닦여지지 않아 음식찌꺼기와 점액이 남을 수 있다. 또 산소가 다른 곳에 비해 잘 도달하지 않는다. 박테리아 증식에 호조건이 된다.
또 타액 분비가 적으면 입이 말라 세균 활동이 더 왕성해진다.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세균은 구취의 주요 원인이다. 주로 입안, 소화관, 체표면 등에 존재한다. 이에 비해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세균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인체에 해가 없다. 생태계의 영양 순환에 긍정 역할을 한다.
많은 혐기성 세균은 휘발성 황화합물(VSCs)을 배설한다. 여기에는 지독한 발 냄새나 계란이 썩는 냄새를 풍기는 황화수소(hydrogen sulfide)와 메틸케르캅탄(methyl mercaptan)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물질이 코나 입으로 배설되면 역겨운 냄새가 나게 된다.
입안에 산소를 고갈시키는 세균 등이 있으면 구취가 더 심해진다. 연쇄상구균 (streptococci), 방선균(actinomyces), 수막구균(Neisseria), 헤모필루(Haemophilus), 아르기닌(arginine), 오르니틴(ornithine), 플로린(proline), 글루탄산염(glutamate) 등의 박테리아나 물질은 당분이나 아미노산을 활용해 산소를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입안의 산소 포화도를 떨어뜨린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생활화된 마스크 착용도 생리적 구취를 유발할 수 있다. 마스크를 오랜 시간 쓰면 산소 포화도가 2~3% 떨어진다. 이로 인해 아침 구취 발생과 비슷한 입안 환경이 조성된다.
장 기능 저하로 인한 구취도 산소와 연관 있다. 장에는 100조개가 넘는 미생물들이 세균총을 이루고 있다. 장이 건강할 때는 유익균이 많지만 장 기능이 떨어지면 부패균 등이 증식된다. 이로 인해 다량 발생된 장내 독소와 가스는 혈액을 통해 폐에 이른다. 이때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호흡 과정에서 냄새가 폐에서 코와 입으로 배출된다. 위장의 습열이 심할수록 구취 개연성이 높아진다.
입냄새를 일으키는 혐기성세균은 산소, 수분, 타액을 싫어한다. 입냄새 완화를 위해서는 산림 등 자연에서 산소 호흡을 충분히 하고, 물을 수시로 마시고, 위장 기관을 튼튼히 하는 게 좋다. 그러나 질환적 구취는 원인을 찾아 치료를 해야 사라진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